며칠 전 신문에 강남 4.5 내신의 아이가 지방 일반고로 전학 가 수시로 의예과에 합격했다는(의예과 합격은 학종일 경우 일반고 기준 최소 1.2 이하의 내신으로 간주하시면 됩니다.) 뉴스가 비교적 크게 보도된 적이 있습니다.
어제 서울지역 특목고에 재학 중인 학생과 오늘 상산고에 재학 중인 학생 학부모님과 통화를 하며, 학종시대의 고등학교 진학은 기존처럼 특목고나 유명 자사고들이 유리할까? 하는 흔한 질문들에 대해 답해드리고자, 제 생각을 적어봅니다.
하나고나 상산고 등 유명 자사고에 입학하려면 중학교 내신이 최소 전교 5등 안에는 들어가야 합니다. 그 정도 실력의 아이라면 일반고에 진학을 해도 내신은 1등급 초반대로 유지할 수 있겠죠. 작년에 하나고 아이들 몇몇을 컨설팅하며 중학교 때 전교 1,2 등의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친구들이 뛰어난 아이들이 몰려있는 자사고에 입학해 결국 내신의 무덤 속에서 5,6등급의 내신으로 인서울의 중앙대, 한국 외대 등에 만족해야 하는 한숨 속에서, 전투적인 성향을 즐기는 도전적인 성향의 아이가 아닌 이상 차라리 일반고에 가서 내신을 챙겨야 한다는 쪽으로 결론을 내렸습니다. 학종 평가에 있어 자신의 강점을 가장 잘 드러낼 수 있는 평가요소는 '내신'이기 때문입니다.
‘도전적인 아이’라고 칭한 이유는 하나고에서 아이들과 몇 년간 프로그램을 같이 진행하며 속사정을 들어보면, 그 치열한 현장 안에서 이미 자신감이 꺾여버린 친구들의 모습들을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하나고, 외대부고 등 자사고들만의 장점은 많이 있습니다. 학교 동아리나 자체적으로 제공하는 교육 콘텐츠, 커리큘럼들이 훌륭해 학교생활을 충실히 하면 남다른 활동 이력, 교육 콘텐츠들을 자소서나 생기부에 드러낼 수 있는 이점이 그것입니다. 그리고 대학에서도 어느 정도 이런 고등학교들의 ‘내신의 무덤’ 상황을 대입 평가에 고려해 줍니다. 그리고 교육 커리큘럼 자체가 좋다는 이야기는 아이들이 일반고에 비해 더 우수한, 양질의 콘텐츠 교육을 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4~5등급의 내신의 손실과 활동이력의 장점들을 비교할 때 차라리 일반 고등학교에 진학해 내신을 1점대로 잘 받고 자율 동아리 등을 활용한 콘텐츠들을 잘 구성해 서류를 만드는 것이, 진학에는 더 유리한 방법이라는 것이 매년 다양한 진학 사례 등을 통해 드러나고 있습니다.
한 학년 200명인 하나고에서 서연고를 1년에 100명씩 진학한다는 이야기는, 뒤집어 보면 중학교 내신 1,2등인 아이들이 하나고를 선택해 결국 100명씩은 서연고에 진학하지 못한다는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여러 가지 상황들을 고려해 보면, 의예과나 우수 대학 진학을 위해 학생들을 지방 일반고에 보낸다는 전략은 학종 시대에 어느 정도 설득력이 있습니다.
어제도 0.1점이 아쉬운 이제 3학년인 한 특목고 학부모님의 내신의 한숨을 들으며, 오늘은 상산고에 갓 진학한 지방 학부모님의 이야기를 들으며, 봄비 내리는 창가에서 이런 저런 생각 중입니다.